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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 of me

ADHD를 진단 받게 된 계기(병원에 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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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가 아닐까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병원에 가게 된 건,
어느샌가 하루에도 몇번씩 알림이 뜨는 사내 메신저가 두려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 내가 ADHD일 수도 있다는 의심은 오은영 선생님의 금쪽상담소 가비편, 박소현편을 보면서 바로 들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보였다. 그래도 얼른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그럭저럭 잘 살아고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때부터  ADHD의 모습이 안지되기 시작했다. 친구랑 대화중에 카페에서 틀어준 음악의 제목이 뭐였는지 생각한다거나, 회의중에 펜을 쉼없이 만지작 거리는 것, 한가지 업무를 마치기 전에 다른 업무를 하고있는 그런 모습 말이다.

 

그런 와중에 회사에서 바뀐 업무에 계속 적응을 잘 못하고 실수가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잦아졌다. 일터에서의 실수가 잦아지면서, 메세지가 오면 혹시나 내가 뭔가 또 실수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하루에도 몇번씩 알림이 뜨는 사내 메신저가 무서워졌다.

 

물론 언제나 내가 이렇게 실수가 잦았던 것은 아니다. 올해 인사이동으로 인해서 총무과로 보직이 바뀌면서 일반서무와 4대보험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일반 서무.. 회사 살림살이 챙기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인지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것이다. 회사에 다니신다면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물어보거나 자잘한 것 요청하는 분이 있으실거다. 빗자루가 어디있는지, 오늘 문서가 왔는지, 사무실 간식 다먹어가는데 언제 채워주는지 이런것들. 소방점검, 인터넷 점검한다고 사람들 오면 일단 물어보는 그런 분. 그런 자리가 일반서무다.

 

일반서무로 오기 전에는 자회사 하나를 운영관리하는 업무를 했다. 매출, 거래처, 인력 등을 관리를 하는 업무였다. 여러 사람을 응대해야하는 자리도 아니었고, 매일의 업무가 많이 바뀌는 자리는 아니었다. 자회사 매장의 이런저런 업무를 지원해야했지만 대부분 현장 직원들을 지원하는 업무 혹은 혼자 해결 할 수 있는 업무들이었다. 이때도 실수는 많았다. 문서를 작성할 때 첨부문서를 빼놓는다거나 엑셀에 수식범위를 안바꾸는 것 같은 실수 말이다. 그 당시만해도 덜렁대는 성격 혹은 어쩌다 깜빡한 실수 정도로 치부했던것같다.

 

일반 서무로 오니 이런 저런 것들을 사내에 공지해야 하는 것들도 많아 졌고, 여러 상사들의 업무를 지원하거나 다양한 민원을 처리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ADHD가 가진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업무에 많은 시간을 쓴다거나, 상사가 지시한 것을 다른 민원처리하다가 까먹는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업무가 익숙하지 않고 일이 많아서 그런줄 알았다. 하지만 비슷한 정보를 여러번 찾아보는 일이 잦아지고, 물건을 가지러가거나 안내를 하러갈때 한번에 못 끝내고 돌아오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그리고 4대보험. 우리는 간단하게 4대보험이라고는 하지만 연금, 건강, 고용, 산재 각각의 4개의 다른 보험이다. 어떤 건 취득을 하고 어떤 건 취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내가 관리해야하는 인원은 400여명 정도 된다. 대부분 계약직이라 취득과 상실이 빈번하다. 헌데 이걸 놓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한 두달 늦게 취득을 한다거나 퇴직한 분의 4대보험을 늦게 상실해서 사람은 없는데 계속 고지가 되는 상황도 계속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4대 보험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도 많이오고 사내 업무에대해 언제 진행이 되는지 여쭤보는 메세지가 많아진것이다. 일을 빨리할려다보면 엄청나게 실수하고 실수않게 하려다보면 속도가 안났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계속 일은 밀리고 실수가 생기는 것이다. 남들이 생각하는 내 역할뿐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할때 최소한 이정도는 해줘야지라고 생각하는 만큼의 업무를 못하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큰 업무도 아닌데 왜 이렇지 하며 엄청 자책하며 자신감도 잃게 되었다. 지금의 업무로도 빌빌대는 모습을 보이니, 내게 배정 될 것 같은 업무도 다른 팀원이 맡게 되는 것이다. 내 빈자리를 채우는 팀원들은 조금씩 미소를 잃어가고 너무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메세지 도착알림이 뜨면 "또 실수한 건아닌가?" 하며 긴장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빨리뛰기 시작하며, 등에 땀이 났다. 심호흡을 하며 진정시켜보아도 한계가 있었다. 메세지는 계속 왔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메세지가 내 실수로 인해서 오는 건아니었다. 그냥 간단히 정보를 물어보는 메세지도 있었고, 다른 분의 실수인 것도 있었다. 이걸 생각해도 메세지 알림을 보고 긴장되는 건 좋아지지 않았다. 몇 분동안 마음을 다잡고 메세지를 확인해야했다.

 

이렇게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공황장애가 오는 구나 싶었다. 누군가 나를 알아보는 것 같으면 숨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진다는 연예인들의 모습과 뭐가 다른가 싶었다. 이렇게는 살 수 없었다.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날 점심시간에 바로 정신의학과를 검색하고 예약가능한지 물어봤다. 내가 있는 지역에는 마땅한 정신의학과가 없었고 예약을 받는 곳은 두달 뒤는 되어야 예약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하 - 두달? 예약은 안되겠다 - 하며 한주를 보냈다. 토요일 아침. 정신의학과는 토요일에 여는 곳이 많았다. 다만 오후 한두시면 닫았고, 또 웨이팅이 엄청 길다고 했다. 아침일찍 나가면 안되는 상황. 금쪽같은 주말 아침을 반납...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주 해야하는 수많은 업무와 행사들을 지금 모습으로 맞이 하면 진짜 공황장애라도 생길 것 같았다. 나는 살기위해서 문을 열고 발걸음을 옮겼다.